구글맵이나 다음 로드뷰에서 사진으로 찍힌 길.

길 전체를 사진으로 보면서, 그 길을 따라가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를 찾아본다.

2블럭을 지나면 지하철역이 나온다는 정보를 가지고 직접 그 길을 가 본다.

그런데 사진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가까운 길이었음을 알게 된다. 건물, 길, 사물들 뿐만 아니라, 사진으로 보았을 때에 비해,
공간이 압축 혹은 수축이 되어 있다고 해야하나?

길을 다니던 평소에는 잘 몰랐는데, 로드뷰를 통해 알고 있는 거리를 직접 지나가보니,

마치 주변 전체의 대기가 내 쪽으로 휘어진 것 같은, 혹은 공간 전체가 나를 감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생각했던 것 보다 내 움직임과 사물들간의 거리가 협착되어 있어, 로드뷰로 볼 때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쉽게 지하철 역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내가 공간을 걸어서 통과해 간다기 보다는, 반대로 내가 공간에 붙박히어 공간의 흐름에 실려 간다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해 보였다.
이것이 현상학자들이 말하는 지평(horizon)이 빠진 이미지와 지평적 지각의 차이일까?
직접적인 지각은 내가 중심이 되어 있으며, 세계가 내 주변으로 만곡한다.

내가 중심으로 설정된 이상, 내가 걸어가며 해대는 모든 움직임에는 나를 중심으로 하는 지속이 있다.

내가 한 발을 걸으면, 그 걸은 거리만큼 세계가 수축되어, 담요가 접히듯, 공간 전체가 내 쪽으로 휘어진다.

신체적 경험이란 단순히 한 블록에서 다음 블록으로의 이동을 넘어서 이렇게 실재 전체의 수축의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사진으로 본 거리는 중심이 없다. 카메라가 특정 지역에서 이동하면서 찍은 단편들만 있기 때문에,

이동할 때마다 새로운 세계를 통과하는 것 같은 현기증이 느껴진다.

중심이 파편화되어, 중심을 매번 바꾸어가며 새로운 공간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다.

이로써 공간의 피로감은 더 커지고, 감각 역시 산만한 상태로 유지된다.

그것은 마치 오목-볼록 렌즈로 공간 전체를 조망하는 방식과, 평면 이미지에 들어있는 대상물을 하나씩 훑어나가는 방식의 차이와도 같다.
이 평면성의 이미지는 영화든 사진이든 마찬가지이다.
미디어의 지각이란 중심의 소멸, 파편성, 산만함, 그러니까 현상학자들이 지적했던 것처럼, 지평이 빠진 이미지의 지각이다.
이것이 좋은지 나쁜지는, 가령, 경험이 허구적이냐 진정한 것이냐 등은 별개의 문제로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