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대학로에 있는 <하이퍼텍 나다>에서는 베네수엘라 영화 한편을 상영중이다.
바로 <엘 시스테마>(El Cistema)이다.
베네수엘라의 빈민촌들을 중심으로 하여, 엘 시스테마라고 하는 일종의 음악학교를 건설하여, 나라 전체의 모든 구성원들을 음악가로 성장시켜,
폭력과 소외와 비참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해낸다고 하는 놀라운 프로젝트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이 작품은,
우연적인 어떤 예술적 감동과 급작스러운 개심(開心)이라고 하는 도식으로 이루어진, 진부한 미국이나 유럽식 부르주아 Bildungsroman이 아니다(감동의 절제가 탁월하다!).
또, 개인이나 몇 몇 집단-개인의 힘겨운 이기주의적 투쟁으로 인간승리를 보여주거나, 온정에 호소하며 징징거리는 질낮은 한국식 감상주의 다큐멘터리도 아니다.
대단히 사회적이고, 조직직이며, 공산주의적이기까지한 어떤 잠식에 관한 이야기이다.
시간이 없어서 자세하고 구체적인 분석은 다음으로 미루고,
화두를 던진다는 의미에서,
이 다큐멘터리는, 흔히 그렇듯이 어떠한 존재(특히 소수자)의 현존을 드러내는 것("이 사람도 여기에 있다!")이 아니라,
대안이 되는 사회적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 미래적 성격이 다른 다큐멘터리와는 차별된다.
보통의 다큐멘터리가 "긍정"에 호소한다면, 이 영화는 "구성"에 호소한다는 점에서,
더 정확히 말해, 보통의 다큐멘터리가 "독서"에 집중한다면, 이 영화는 "쓰기"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겐 매우 중요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