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비참을 무의식적으로 깨닫고 있는 우리 모두는,
그 비참이 나 자신만의 것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최소한 온통 뒤집어 쓴 것은 아니라는 희망에서,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이웃과 타인에게서조차 그 비참을 보기를 바라며,
함께 살고 싶는 것은 아닐까?
이것이 우리에게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는 아닐까?
이것이 우리가 고독을 견디지 못하는 이유가 아닐까?
타인의 불행을 보며 우리는 자신의 불행을 달랜다.
에피쿠로스조차 그러질 않았던가?
산 마루에 앉아 침몰하는 배를 구경하는 것 만큼 달콤한 일은 없다고.